한때 ‘국민 크랭크’라 불리며 픽시 씬을 평정했던 스램 옴니움 크랭크. 멋진 디자인과 압도적인 가성비로 수많은 픽시, 싱글기어 자전거에 장착되었죠. 그런데 지금은 왜 단종되어 중고 장터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는 유물이 되었을까요? 단순히 인기가 없어져서, 혹은 더 좋은 제품이 나와서라는 표면적인 이유 뒤에 숨겨진 진짜 이유가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자전거에 장착된, 혹은 장착하고 싶었던 그 크랭크의 단종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많은 라이더들이 아쉬워하는 옴니움 크랭크 단종, 그 진짜 이유 3가지를 지금부터 파헤쳐 보겠습니다.
옴니움 크랭크 단종 핵심 요약
- 구시대의 유물이 된 GXP 비비(BB) 규격의 한계와 문제점.
- 전성기가 지나고 축소된 픽시 및 트랙 자전거 시장의 변화.
-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스램(SRAM)의 전략적인 선택.
GXP 비비 규격의 태생적 한계
옴니움 크랭크의 단종을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GXP 규격의 외장 비비(Bottom Bracket)입니다. 옴니움은 스램과 트루바티브(Truvativ)가 사용하는 독자적인 GXP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것이 단종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습니다.
고질적인 소음과 유격 문제
GXP 비비는 구조적인 특성상 고질적인 소음과 유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특히 논드라이브 사이드 베어링이 스핀들에 완전히 밀착되지 않고 떠 있는 구조는 라이더의 페달링 압력을 받을 때마다 미세한 움직임을 유발했고, 이는 ‘뚝뚝’거리는 소음의 주범이었습니다. 많은 라이더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자가 정비 방법을 시도했지만, 완벽한 해결은 어려웠습니다. 정기적인 분해, 정비 및 관리를 통해 소음을 잠시 잡을 수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죠.
업계 표준에서 밀려난 규격
자전거 부품 시장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합니다. 시마노의 할로우텍(Hollowtech) II 방식이 시장을 장악하고, 이후 더 넓은 호환성과 성능을 가진 DUB와 같은 새로운 규격들이 등장하면서 GXP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습니다. 제조사인 스램조차 로드바이크와 MTB 라인업에서 GXP를 버리고 DUB 규격으로 전환하는 추세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주류인 트랙 자전거 시장을 위해 구형 GXP 규격의 옴니움 크랭크 생산 라인을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 규격 | 장점 | 단점 | 주요 브랜드 |
|---|---|---|---|
| GXP | 초기 외장 비비 시장에서 강성 확보에 유리 | 고질적인 소음, 유격, 베어링 수명 문제 | 스램, 트루바티브 (과거) |
| Hollowtech II | 안정적인 구조, 높은 정비 편의성 | 독자 규격으로 인한 호환성 제한 | 시마노 |
| DUB | 대부분의 프레임 규격과 호환, 경량화 | 비교적 최신 규격으로 높은 가격대 | 스램 (현재) |
변화하는 자전거 시장의 흐름
한때 거리를 수놓았던 픽시 자전거의 인기는 영원할 것 같았지만, 유행은 돌고 도는 법입니다. 픽시 씬의 변화 역시 옴니움 크랭크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점에서 내려온 픽시 자전거의 인기
픽시, 싱글기어 자전거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 옴니움 크랭크는 입문자부터 전문가까지 모두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업그레이드 부품이었습니다. 7050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튼튼한 크랭크암, BCD 144 규격의 트랙용 체인링, 그리고 무엇보다 경쟁 제품 대비 뛰어난 가성비는 옴니움을 ‘국민 크랭크’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로드바이크와 그래블 바이크 등으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가면서 트랙 자전거 부품에 대한 전체적인 수요가 감소했고, 이는 옴니움 크랭크의 생산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강력한 대체품들의 등장
옴니움이 사라진 자리는 다른 강력한 경쟁자들이 빠르게 채워나갔습니다. 시장에는 다양한 가격대와 성능을 가진 대체품들이 존재하며, 라이더들에게 더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스기노(Sugino) 75: 클래식한 디자인과 검증된 성능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전통의 강자입니다. 옴니움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지만, 그만큼의 강성과 신뢰도를 제공합니다.
- 로터(Rotor): 현대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힘 전달력을 자랑하는 하이엔드 크랭크입니다. 특히 공기역학적인 디자인과 경량화에 초점을 맞춘 모델들이 인기가 높습니다.
- 미케 피스타(Miche Pista) / 벨로시닷(Velocidad): 옴니움과 비슷한 가격대에서 좋은 성능을 보여주는 가성비 좋은 대안들입니다. 특히 입문 및 중급 라이더들의 업그레이드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스기노 젠(Sugino Zen)이나 듀라에이스(Dura-Ace) 트랙 체인링과 조합할 수 있는 고품질의 크랭크들이 많아지면서, 라이더들은 더 이상 옴니움의 단종을 아쉬워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스램의 선택과 집중 전략
결국 옴니움 크랭크의 단종은 제조사인 스램의 거시적인 사업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주력 사업에 대한 집중
스램의 핵심 사업은 로드바이크와 산악자전거(MTB) 구동계입니다. 무선 전동 구동계인 eTap AXS 시리즈와 Eagle 시리즈는 자전거 시장의 혁신을 이끌고 있으며, 회사의 주된 수입원입니다. 전체 자전거 시장에서 트랙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습니다. 스램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고 시장 규모도 작은 트랙용 크랭크 생산 라인을 유지하기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력 사업에 연구 개발 및 생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생산 효율성과 재고 관리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설계, 원자재 수급, 생산 라인 가동, 재고 관리, 마케팅 등 수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옴니움처럼 오래된 GXP 규격을 사용하는 제품은 최신 제품들과 생산 공정을 공유하기 어려워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스램은 비효율적인 구형 제품 라인을 정리하고, DUB와 같은 통합 플랫폼 중심으로 제품군을 재편하여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옴니움 크랭크는 이러한 회사의 큰 그림 속에서 정리된 수많은 제품 중 하나였던 셈입니다.
현재 옴니움 크랭크를 구하기 위해서는 번개장터와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해야 합니다. 중고 제품 구매 시에는 페달 장착부의 나사산 상태, 크랭크암의 휘어짐이나 크랙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훌륭한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다양한 대체품들이 존재하는 만큼, 과거의 명성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의 라이딩 스타일과 예산에 맞는 새로운 크랭크를 찾아보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